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3년만에 만난 포레스트 갠더·김혜순

[서울=뉴시스]신재우 이명동 기자 = “언어를 제한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어의 저변을 확장하는 것이다. 김혜순의 시가 나에게 그것을 해줬다.”

23일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개막한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포레스트 갠더(66) 시인이 이같이 말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포레스트 갠더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김혜순(67)과 함께 개막 강연을 진행했다.

201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포레스트 갠더와 같은 해 그리핀 시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순이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만난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난 자리다

이번 강연에서 두 시인은 그간 시를 창작해온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월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를 출간한 김 시인은 “시집이 나오고 간담회 자리에서 제목이 무슨 뜻이냐 물어 달이란 단어가 한국어에서 ‘딸’과 같은 어원을 갖는다고 말했다”며 “모두가 이 시집을 ‘엄마가 죽으면 딸은 누구를 따라다니지’ 이렇게 단순하게 해석해 기사를 쓴 걸 읽었다. 그래서 내가 쓴 시집이 ‘엄마가 죽은 다음에 나는 어떻게 하지’였다고 도리어 내가 나중에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포레스트 갠더 시인은 “초기에 썼던 시는 은유, 비유를 장식적인 요소로 추가했다”며 “최근의 시에서는 긴밀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의미에 끌고 들어가는 경우에만 이런 비유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현재는) 시를 쓸 때 인간의 주관성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연결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친밀함에 대해 시를 쓸 때 이것이 사람들 간의 친밀함인지 어떤 생물학적인 존재들의 친밀함인지 모호하게 글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끼나 곰팡이를 상상하면 쉽습니다. 어떤 존재가 이끼나 곰팡이를 만나면 식물이 아닌 어떤 동물과 같이 새로운 존재가 돼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친밀성을 통해 두 개의 생물이 합쳐져 이전과 전혀 다른 생물이 태어나는 거죠.”

두 시인은 시를 통해 애도의 작업을 한다는 공통점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했다.

갠더는 “형용하기 어려운 비탄은 대단히 복잡다단한 감정이라 표현하기에 적합한 언어가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 각자의 비탄, 슬픔, 애도를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침묵하거나 목숨을 끊게 될 것”며 “나 역시 1년 반 동안 슬픔에 빠져 글을 쓰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구토하듯 언어가 마구 튀어나왔고 결국 시가 복잡한 과정을 언어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갠더가 대답한 것에 미 투(me too)라고 대답하고 끝내고 싶다”며 공감을 표현하고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부재를 증언하게 되는데 나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정수(에센스)가 없어진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김멜라 작가, 최돈미 시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학애호가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 눈길을 끌었다.

강연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3년 만에 독자 관객을 직접 만나는 소중한 날”이라며 “소통과 연결의 새로운 창구를 찾고 교류와 연대의 끈을 이어온 노력이 바탕이 돼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작가와 독자가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며 벅찬 소감은 전했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과 류진형 인천국제공항공사 운영본부장도 축사를 전했고,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의 베이스 고우림의 ‘별 헤는 밤’과 ‘스타즈(stars)’ 공연도 이어졌다.

작가축제는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휴고상을 수상한 소설가 나오미 크리처, ‘편의점 인간’의 소설가 무라타 사야카 등 해외 작가 12인과 강화길, 이서수, 조예은, 천선란 등 국내 작가 23인이 함께하는 대담과 토론, 낭독공연이 이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ddingdong@newsis.com


– 출처 : http://www.newsis.com/view?id=NISX20220923_000202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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